[에세이] 미루면 하기 싫어지고 안 하면 못하게 된다
누워 있다가 문득 매력적인 문장이 떠올랐다. 쓰고 있던 소설에서 막힌 부분이었는데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갑자기 흐름이 다 보이더라. 머릿속에서 글을 계속 쓰는데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최소 한 회 분량을 썼다. 하지만 바로 기록하기 귀찮아 아침에 깨면 옮기기로 하고 미뤘다. 일어나서 쓰려고 보니까 기억이 안 난다.
꿈도 바로 적지 않으면 기억해내기 어려운데 내 머리를 너무 믿었다. 왜 그걸 당연히 기억해 낼 수 있다고 착각했을까? 그동안 메모를 제때 안 해서 놓친 글감이 적지 않다. 잠깐의 귀찮음을 이겨내지 못한 대가가 크다. 메모나 백업 같은 건 금방 할 수 있는 건데도 미루다가 꼭 후회한다. 고쳐야 하는 나쁜 습관인데 종종 잊는다.
의지가 게으름을 이기지 못해 망가지는 날이 잦다. 부가세 신고만 해도 미루다가 마감 날짜가 돼야 겨우 한다. 할 수 있을 때 미루니까 하기 싫어지고 싫어서 안 하니 못하는 게 된다. 능력이 부족해 실패한 것과 의지가 없어서 미룬 것 중 뭐가 더 나쁠까? 생활이 망가지는 건 찰나의 게으름이다. 산불도 처음부터 크게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