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좋은 주거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한 것뿐이라는 말이 있다. 난 이런 나이브한 표현이 싫다. 부끄러운 것보다 불편한 게 실존엔 훨씬 중요한 문제다. 감정은 정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물리적으로 불편한 건 좀 참을만한 수준이 아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가난하면 부끄럽게 느껴질 일이 저절로 계속 생긴다.
천장이 낮고 방음 재질이 나쁜 아파트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임대 아파트가 주로 그랬다. 윗집 화장실 쓰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공간에선 성격 좋기 어렵다. 주차할 때마다 화나는 집에 살면 없던 분노 조절 장애가 생길 판이다. 성품을 위해서라도 좋은 주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세상 대다수 문제는 경제 문제다. 가정불화는 대부분 경제 문제로 시작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하는 얘기다. 돈이 전부가 아니란 말은 돈을 전부로 알고 사는 사람을 위해서 있는 말이지 그게 안 중요하다는 건 전혀 아니다. 높은 연봉이나 좋은 주거 환경은 쉽게 포기하면 절대 안 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