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기를 배우는 것도 용기다
친구가 사기를 당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뻔한 로맨스 스캠인데 친구 눈엔 콩깍지가 씌었는지 안 보이는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쌍욕을 퍼부어서라도 설득했을 텐데 이젠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생각해 보니 친구라고 하기엔 서로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엉망으로 사는 인생 바꿔보려고 참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게 지나친 오지랖이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 경험을 오래 쌓다 보면 사람을 사귀는 경험 못지않게 떠나보내는 경험도 많이 한다. 미치도록 사랑한 연인 사이도 권태기가 오면 깨지는 게 다반사인데 평범한 인간관계라고 다를 게 있겠나. 오히려 일로 엮인 사이가 적당한 거리감 유지가 잘 돼서 오래간다. 환갑 넘어서 평생 친구가 한 명만 남아있어도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날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울릴 수 없는지도 잘 파악해야 한다. 보통 후자는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관계가 돈독해질 수 없다. 빨리 놓는 게 현명한 선택인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짝사랑 포기하는 게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평생 잘못된 인간관계의 굴레에 시달린다. 포기를 배우는 것도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