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창업하고 망해도 남는 장사인 이유
예전에 우리 회사 직원들 오해 중 하나가 나를 금수저로 안 거다. 창업 초기에 수익 모델이 빈약한 상황에서 월급을 밀리지 않으니 내가 자본금을 많이 쌓아두고 시작한 줄 안다. 하지만 이미 사업을 망한 상태에서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한 터라 정말 돈이 거의 없었다. 매달 사무실 임대료를 아슬아슬하게 벌어서 내던 시절 얘기다.
그럼 어디서 돈을 구해서 임금을 줬을까? 프리랜서 일을 정말 많이 했다. 잠은 언제 자냐고 주위에서 건강 걱정이 깊을 만큼 일밖에 안 했고 그렇게 독하게 벌어서 준 월급이다. 물론 이런 얘길 나중에 몇 차례 했지만, 오래전 회사 계좌를 본 적이 있는 우리 매니저 말곤 다들 믿는 눈치가 아니다. 난 누구한테도 신세 진 적이 없다.
사실 이건 좀 부끄러운 일이다. 사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자본을 조달해 본업 자체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회사가 돈을 못 벌어 대표가 밖에서 돈을 벌어 와야 한다니. 구멍가게도 이러진 않는다. 남에게 빚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고 돈 빌릴 곳도 마땅히 없어 그런 건데 덕분에 시간과 기회비용 낭비가 너무 컸다.
창업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살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며 자유롭게 살았을 거다. 난 조직보단 프리랜서 체질이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을 쌓았고 평생 함께할 만한 좋은 인연을 남겼다. 이것만으로도 지금 가진 걸 다 잃어도 남는 장사라 생각한다. 장사는 늘 사람을 남기는 거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