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형이 와서 책 한 권을 던져줬다. 형이 내게 책 추천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책만큼은 특이하게도 꼭 읽어보라고 강조하며 주고 갔다. <부의 추월차선>. 제목만 봐도 자기계발 책 같다. 표지만 봐도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 한때 자기계발과 관련한 온갖 서적을 지겹도록 읽은 터라 형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책상 위에 올려만 뒀다.

책을 다시 읽게 된 건 며칠 뒤 형이 숙제(?) 검사를 하면서다. “너 그 책 읽어 봤어?” 전혀 읽어 보지 않았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읽는 중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니 형이 내가 제대로 안 읽은 걸 눈치챘는지 한마디 거들었다. “아직도 다 안 읽었어? 꼭 읽어봐라.”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도 강조한단 말인가.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보통 자기계발 책에 들어가는 내용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딱 이 정도 수준의 내용을 담은 책이 대부분이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얘기를 참 길게도 써 놓는다. 이 책은 과연 그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의 이런 편견은 서문을 읽을 무렵부터 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