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빨리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라
짝사랑 고민 상담이 오면 늘 해주는 얘기가 있다. 네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려 봐라. 만약 그 사람이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지극 정성으로 잘해주면 네 마음이 바뀔 수 있냐고. 백이면 백 아니라고 한다. 사랑이 그런 거다. 아닌 건 아닌 거다. 연애가 그래서 어렵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해주는 건 기적 같은 거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인간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기에 상대가 내게 관심 없는 걸 알아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미련이 남고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하지만 이것도 훈련이다. 계속 털어내고 정리하며 빨리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게 안 되면 평생 연애가 괴롭고 누굴 만나는 게 두렵다. 모든 연애는 마지막 결혼을 제외하곤 다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얘길 하자면 모든 연애 시도가 독립 시행 같아도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에 잘될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야구로 치면 3할 타자가 7번 아웃당한 상태에서 다음 타석에 들어선 상황이다. 이번에도 아웃당할 수 있지만, 그전과 뭔가 다른 기운이 있다는 얘기다. 연애 시도는 앞 연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실패가 다음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