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비어 있어야 무엇을 담을 수 있다.”
– 노자


좋고 나쁜 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것 중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건 어렵다. 버리는 기술은 그래서 중요하다. 출판사에서 마크 트웨인에게 이틀 내에 두 쪽짜리 단편 하나만 써 달라고 요청했다. 그 요청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틀 내에 2쪽짜리는 불가합니다. 대신 30쪽은 가능합니다. 2쪽짜리를 쓰려면 30일이 필요하거든요.”

1. 버려야 파악할 수 있다
매해 옷을 사도 늘 입을 옷이 없는 건 유행 탓이 아니다. 내게 어떤 옷이 있는 줄 모르니 옷이 항상 없는 거다. 정리하지 않고 계속 쌓기만 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진 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많이 있다고 활용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 버려야 활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걸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야 한다. 그래야 쓸 수 있다. 음악 파일이 정리되지 않은 채 수만 곡 있으면 어떤 곡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즐겨 듣는 곡만 몇백 곡 있다면 매우 잘 듣기 마련이다. 정리되지 않은 건 그게 뭐든 죽은 것과 다름없다. 너무 가득 차 활용할 수 없다면 그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3. 버려야 더 풍부해진다
‘Less is more.’ 독일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말로 디자인계에선 금언과도 같은 말이다. 동양화에선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큰 도화지에 작은 난초 하나만 그리곤 한다. 만약 난초로 도화지를 가득 채웠다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여백이 있기에 감흥이 생긴다. 삶도 마찬가지다. 비울수록 풍부하다.

4. 버려야 집중할 수 있다
“집중이란 좋은 아이디어 수백 개를 거부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일찍이 집중의 진짜 의미를 꿰뚫고 있었다. 단순함에 끊임없이 천착했던 잡스가 있었기에 애플의 미니멀 디자인이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집중하기 위해선 단순해야 한다. 단순해지려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버릴수록 완벽함에 가까워진다.

버린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게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 버릴 수 없다. 더는 쓰지 않을 물건을 사느라 돈 쓰고 그 돈을 벌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소유보단 경험에 가치를 두고 집착을 버릴수록 자유에 가까워진다. ‘나를 비우는 것이 진정 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노자의 금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