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나름의 고통을 안고 산다. 큰 부를 물려받아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은 사람도 나태와 인정 욕구에 시달린다. 그것이 가난이 주는 고통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그런 건 의미 없다. 자기 고통은 오직 자신만 제대로 느끼기 때문이다. 남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일 수 있다.

다들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니 남을 부러워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리 연민을 느끼지도 않는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궁핍하게 살고 있어도 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 꼭 나보다 낮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누굴 동정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니까. 비교하지 않으니 모든 게 나 자신과 싸움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며 사회에 일정한 의무를 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조차 남과 비교에서 나오는 괜한 의무감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나만의 타임라인이 있고 친구가 결혼했다고 나도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자기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면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