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선의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보여라
쓰러진 길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치료비는 누가 부담할까?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 고양이를 맡긴 구조자가 내야 한다. 병원에 사정을 잘 얘기하면 최소로 청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안 받는 건 아니다. 병원은 어디까지나 영리 목적으로 일하는 곳이지 무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는 아니니까.
꽤 뻔하고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에 의외로 많은 구조자가 당황해한다고 한다. 자기는 그냥 지나가다가 불쌍한 고양이를 구해준 것뿐인데 돈까지 내야 하냐고. 어쩔 수 없다. 주인 없는 고양이가 치료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럼 구하지 말라는 얘길까? 그건 아니다. 책임질 수 있으면 구하란 거다.
지금도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키워 본 사람은 다 알지만, 동물 병원 비용은 비싼 편이다. 아이 출산이 더 싸다는 얘기가 그냥 하는 농담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한다. 좋은 일 했다고 해서 그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선의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