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삶의 방향성이 뚜렷하다. 어떤 걸 판단하는 기준과 어떻게 대처할지 나만의 원칙이 있다. 이걸 정하는데 깊은 고민이 있었고 오랜 기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제 신념에 가깝다. 내가 확신하는 생각을 남이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스스로 잘못을 깨우쳤을 때 일부 수정하는 정도다. 그래서 내 고민 상담 같은 걸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답을 정해 놓고 사니까.

내 생각과 방법은 좋은 것도 옳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나한테 맞는 것뿐이다. 남 말에 영향받지 않고 늘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라 어떤 이들에겐 상당히 불편한 존재다. 나도 이걸 잘 알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원래 자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 강렬한 기운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겐 꺼려지는 대상이니까. 물론 누군가 날 불편해한다고 적당히 맞춰줄 생각은 전혀 없다.

독서 모임을 하면 첫 시간에 대놓고 공지한다. 내가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 하나가 뭔지. 이걸 들으면 다들 농담인 줄 알고 웃는데 시간 지나면 안다. 내가 이 기준 하나로 얼마나 차별하는지. 자기 원칙을 정한 후 그걸 공표하면 큰 장점이 하나 있다. 누가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알아서 걸러지는 게 그것이다. 이 과정이 불편하다고 피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