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성실함과 대충 사이를 오가는 이유
평소에 책이나 영화를 의무적으로 열심히 본다.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매일 책을 읽는 건 직업 때문에 생긴 일종의 강박인데 예전엔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매일 영화를 봤고 쉬는 날이면 각종 전시를 찾아다녔다. 뭐라도 하나 더 보면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 그 정도 노력은 크리에이터의 의무라 생각했다.
요샌 중독 수준에서 벗어나 가볍게 즐기는 수준으로 내려왔는데 덕분에 독서와 영화 감상 모두 즐겁다.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은 걸 보는 것도 아니다. 재미 위주로 골라서 보는데 재미가 없으면 중간에 쉽게 포기한다. 1~2화만 보고 그만둔 드라마가 많은데 아쉽지 않다. 책도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그냥 동료들 나눠 준다.
뭐든 열심히 하는 게 적당히 하는 것보단 재밌다. 하지만 계속 열심히만 하면 오래 하기 어렵다. 성실함과 대충 사이를 오가며 적당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 균형점을 찾은 것 같고 그래서 요즘은 여유가 있다. 어릴 때처럼 열정 넘치게 살긴 어렵겠지만, 지금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좋다. 나이 드는 게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