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열심히 살아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
우리나라에 카스트 제도는 없지만, 이미 소득과 자산에 따라 계층 분화가 있음을 대부분 인정할 거다. 군대 같은 특수 환경이 아니면 서로 다른 계층은 말 섞을 일도 별로 없을 만큼 끼리끼리 어울린다. 상류층 부모를 둔 자식은 좋은 환경에서 풍부한 문화자본을 쌓으며 상류층 특유의 아비투스를 갖는다. 이런 건 개천에서 용이 나도 쫓아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어도 죽을 때 가난한 건 본인 잘못이라는데 극빈층으로 태어나면 의지와 운의 영역이 극히 좁아진다. 사회에서 경쟁에 필요한 스펙이나 능력 모두 없기에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돼 있고 수준도 떨어진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니 자본이 안 쌓이고 남는 돈이 없으니 삶에 어떤 여유도 없다. 자기계발을 못 하니 역전의 기회도 안 생긴다.
게으르면 가난해지기 쉽지만, 가난하다고 게으른 건 아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성실한지 알면 가난과 게으름을 쉽게 연결할 수 없다. 열심히 사는데도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할 기회와 소양이 없다. 그들의 죄는 가난하고 배움이 부족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뿐인데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