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뉴스를 봤다. 한국 여행사들이 대형 면세점과 협의해 저가 관광으로 유커들을 유혹해 쇼핑 관광을 한다는 뉴스였다. 이런 건 늘 있던 일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뉴스의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계속 보다 보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영업 행태가 나온다. (관련 기사 링크) 관광객들에게 물건 사달라고 가이드가 울먹이며 무릎 꿇고 비는 모습을 보니 세상에 이런 비루한 비즈니스가 있나 싶다.

– 상식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3박 4일 일정에 990위안(한국 돈 약 17만 원) 정도만 내고 관광 올 생각을 하는 유커를 상대로 면세점 쇼핑이라니. 상식적으로 소비력이 약한 고객 군을 상대로 면세점 쇼핑이 잘될 리 없지 않은가. 이건 사람과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전략이다.

– 구조
이런 식의 기생하는 영업 방식은 자생력 자체가 없다.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다. 숙주에 기생하는 영업 방식은 반드시 망한다. 여행 산업은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해야지 어떻게 가격 경쟁을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변명하나? 이런 방식이면 열심히 할수록 더 빨리 망할 수밖에 없다.

– 경험
최소 50만 원은 받아야 하는 관광 일정을 17만 원 받고 진행한다. 나머지는 면세점 쇼핑을 통해 메우겠다는 건데 그런 게 잘 될 리 없다. 중요한 건 이렇게 되면 관광 일정이 정말 거지 같아진다는 점이다. 이런 거지 관광을 하고 간 관광객이 좋은 경험을 했을 리 없다. 본인들이 거지 관광을 왔다는 건 무시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쌍욕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평판이 계속 나빠져 관광객은 줄어들고 경쟁은 더 심해진다.

– 원인
인터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손님 모객을 중국 쪽’에서 하는데 한국에 여행사가 많으니 가격 경쟁을 안 하면 영업이 안 된다고. 거지 관광 서비스를 기획하는 여행사답게 영업도 기생하는 영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정당한 손님을 모집할 능력이 없으면 여행사를 접어야 한다. 무한 가격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는 걸 생존 전략으로 삼을 수 없다. 밥벌이 가지고 가타부타하고 싶지 않다만, 이런 식으로 할 바에 빨리 정리하고 다른 일 찾는 게 낫다.

서비스 산업에서 무한 가격 경쟁의 끝은 죽음뿐이다. 홀로 살아남거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유통이나 제조 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을 다 먹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은 근본적으로 그럴 수 없다. 서비스 산업의 핵심 가치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17만 원 내고 최악의 관광을 할 바에 170만 원을 내서라도 제대로 된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창업해 여러 인생 망치는 사업가들이 아직도 이리 많다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