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 강사가 미술 강연 한 번 잘못했다가 호되게 까였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으니 욕먹어도 할 말이 없겠지만, 그 비난의 정도가 좀 과한 면이 있다. 특히 교수 같은 주류 지식인 집단이 그를 ‘인문학 팔이’라고 힐난하는 건 좀 우습다. 인문학이 언제 잘 팔려 본 적이 있기는 하나. 최진기 같은 스타 강사가 미술 작품 소개 안 하면 대중이 평생 장승업 작품 찾아볼 일이 없다.

오래전 최진기 강사의 미술사 강의를 시리즈로 본 적이 있다. 그는 적어도 전공자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강연의 방향도 ‘내가 전문가니 나만 믿고 따라와’가 아니라 ‘이런 작품이 있고 내 관점은 이런 데 관심 좀 가져줄래?’에 가깝다. TV에서 하는 건 시간 제약이 있고 아무래도 교육보다 예능에 가깝다 보니 MSG가 많이 들어간 느낌이다.

물론 틀린 정보로 강연한 건 분명 잘못이지만, 너무 재밌고 자극적인 방송이 넘치는 세상에서 노잼 그 자체인 인문학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게 그냥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진기 강사가 그동안 인문학이라는 소재를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한 노력이 얼마나 큰데 인문학 가지고 장사한다고 비웃고 있나. 인문학은 쉽게 팔면 안 되는 무슨 신성한 것이라도 되나.

전통 문학 작가들이 장르 소설 작가들 까는 프레임과 한 치도 다를 게 없다. 인문학이 그렇게 대단하고 좋은 것이면 취업 시장에서 문과생들이 왜 문송하겠나. 대중에게 인문학은 실용적으로든 취미로든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매우 팔기 어려운 상품이란 말이다. 주류 지식인 사회가 비난하던 그 인문학 장사꾼들이 그동안 인문학을 상품화하려고 무던히 노력해 이 만큼의 관심이라도 끌어낸 것이다.

인문학 교수들의 상당수가 원래 집안이 좋다. 인문학은 그렇게 생계 걱정 없는 선비들의 학문이었다. 생업의 최전선에서 당장 뭐라도 만들어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대중과 그렇게 거리가 있는 학문이다. 기술자들은 하루가 멀다며 매일 신기술을 배워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데, 인문학도들의 그 특유의 권위 의식과 고리타분한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

대중이 뭐라고 하는 건 상관없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못 하나. 하지만 교수라면 필드에서 뛰어야 할 선수인데 선수가 관중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가타부타하는 건 모양 빠지는 일이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힐난은 참 쓸모없다. 그게 교묘한 말로 조롱하는 거라면 더욱 그렇다. 인문학의 처음과 끝에는 자아 성찰이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