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는 컴퓨터 자격증을 수집하고 다녔다. 하도 자격증을 많이 따서 뭐를 가졌는지 헷갈릴 만큼 모았는데, 주위에서 왜 그러는지 궁금해할 수준이었다. 아마 그때 당시에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겠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꼭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 고정관념
몇 개월 학원 다니며 취득한 자격증으로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사람이 꽤 많다. 젊을 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면 이후에 자신의 다른 적성을 발견해 볼 생각은 안 하고 평생 부동산만 보러 다니기도 한다. 자격증은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인 시야를 좁히고 고정관념을 만드는 요소는 어떤 것이든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재교육
대부분 자격증을 딴 후에 더는 공부하지 않는다. 실무와 연관된 경우 경험을 통해 실전 능력이 배양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가 자격증을 따던 그 시점에서 한 치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격증 없이 취미로 오래 한 사람이 더 잘하는 경우도 많다.

– 기회비용
자격증 취득에는 기본적으로 비용 소모가 있다. 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물론 아주 쉬운 것들도 있지만, 대체로 기업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자격증을 따려면 기회비용 소모가 만만치 않다. 그러니 꼭 따 보고 싶다면 정말로 제한된 시간에 아주 집중해서 해결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빠르게 버리는 게 낫다. 처음에 가볍게 시작했다가 계속 떨어져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격증이라는 게 인생에서 족쇄처럼 작용할 때가 있다. 어디 가서 컴퓨터 자격증 많다고 하면 하지 않아도 될 온갖 잡무를 계속 맡아야 할지 모른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라는 관점은 어떻게 보면 시간을 방만하게 쓰는 사람의 시각이다. 시간을 타이트하게 쓰는 사람에게 ‘그냥 해 놓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자격증 취득에 도전 중이라면 그게 본인한테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시간에 딴 거 하는 게 더 효율이 높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