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경영권 다툼이 입에 오르내리면서 사람들 사이에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롯데는 과연 어느 나라 기업인가 하는 의문 말이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는 이 이슈의 강력한 시발점이 됐다.

그동안 많은 이가 롯데가 형제들이 일본에서 자란 사실 정도는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다. 특히 이중국적 문제도 한국으로 정리한 이상 법적으로 한국인임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언론 상대로 일본어 인터뷰를 한다는 건 실망 이상의 충격을 줄 만한 일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나마 한국에서 직장 생활이 다소 길었던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실력은 어색하긴 해도 들어줄 만하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어로 대화하고 동생 이름을 ‘아키오’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의 정서가 일본인에 가깝다는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롯데의 국적 정체성을 규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지주 회사는 호텔롯데인데 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다. 그리고 그 위에는 비상장법인 광윤사가 있다. 광윤사에는 직원이 3명 있는데, 우리가 아는 세 명이 그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배 구조상 일본 기업이라는 시각도 있고, 법인세에 따라 국적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삼성전자나 포스코도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주주의 국적을 가지고 기업의 국적을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감성적인 일이라는 인하대 경제학과 김진방 교수의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 이슈에 대해 롯데의 매출 95%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기자들 앞에서 공언했다. 사실 ‘사람은 성공한 곳이 고향’이라는 말도 있듯이 기업으로서는 매출 많이 나오는 곳을 본거지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이슈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본인들이 한국인이고, 한국인이 자기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대중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기 정체성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주위 사람들이 의심하는 걸까? 이 사실만 보더라도 기업이든 사람이든 평판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유무형의 손해를 본다. 롯데가 면세점 사업에서 떨어진 것도 이 이슈가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많다.

적은 지분구조로 기업을 지배하는 순환출자 문제, 회장 자리를 놓고 형제간의 다툼, 내수 시장에서 쌓아온 부정적 이미지가 맞물려 롯데의 현재 평판을 만들었다. 돈 많은 대기업도 평판을 잃으면 이렇게 신뢰받기가 어렵다. 하물며 개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평판 관리는 잃기 전에 하는 게 중요하다. 리처드 브랜슨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평판’이라고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