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워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마라.”
– 사필


야심한 시간에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처음부터 신호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사람 건너가면 그제야 급정거하는 편이다. 내가 규칙을 지켜도 상대방이 안 지킨다고 생각하니 건널목 하나 건너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런 걸 ‘신뢰 비용’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1. 문화 형성
중국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 친족 위주의 가족 기업이 발달했다. 모르는 사람과 비즈니스 자체를 잘 안 하다 보니 꽌시 문화가 심하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은 가족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 같은 합리적인 시스템이 더 발달한 편이다. 신뢰성은 이렇게 비즈니스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 효율성 극대화
기업은 온갖 통제와 감시 시스템 유지 등에 큰 비용을 쓰고 있다. 내부에 감시자가 많고 사내 정치가 심한 것도 신뢰와 연관이 깊다. 정보 비대칭, 리더에 대한 불신 등은 신뢰 비용을 증가시키며 비효율의 중심에 서 있다. 비즈니스는 신뢰 비용이 비싸지 않은 상대와 해야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그 대가가 비싸다.

3. 리스크 관리
누군가 의심스러워 여러 가지 방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면 가능한 그 사람과는 거래하지 마라. 신뢰감이 떨어지는 상대가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역량과 자산을 가지고 있던 가까이하지 마라. 당장 손해 입지 않아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꼭 해를 끼칠 존재다.

4. 인사 기준
난 동료들이 해오는 작업물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는 믿음이 있으니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이 생긴다. 만약 실력이나 인품 등 자질이 부족한 동료를 고용했다면 하나하나 다 챙기느라 에너지 낭비가 컸을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일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의인물용 용인물의’ 의심스러워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송나라 사필의 격언이다. 신뢰할 수 없다면 애초에 안 써야지 써 놓고 의심하며 괴롭히는 건 서로에게 최악이다. 신뢰 비용을 높이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제거해라. 신뢰도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