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비용’이란 말이 있다. 일테면 나는 밤늦은 시간에 건널목을 지나가는 게 무척 곤욕이다. 야심한 시간에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처음부터 신호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사람 건너가면 그제야 급정거하는 편이다. 내가 규칙을 지켜도 상대방이 규칙을 안 지킨다고 생각하니 건널목 하나 건너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런 걸 신뢰 비용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서로서로 믿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신뢰성이 낮은 사회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중국 같은 국가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 가족 단위의 중소기업이 발달했고, 모르는 사람과는 비즈니스 자체를 잘 안 하다 보니 꽌시 문화가 깊어졌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은 가족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 같은 합리적인 시스템이 더 발달한 편이다.

우리나라도 비교적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다. 그러기 때문에 기업도 온갖 통제와 감시 시스템 유지 등에 큰 비용을 쓰고 있다. 기업 내부에 감시자가 많고, 사내 정치가 심한 것도 신뢰와 연관이 깊다. 정보 비대칭, 리더에 대한 불신 등은 신뢰 비용을 급증시키며 비효율의 중심에 서 있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해결책도 뽑아 볼 수 있다. 본인이 리더든 아니든 신뢰 비용이 비싸지 않은 상대를 옆에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을 인간관계든 비즈니스든 다양한 가치 판단에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누군가가 의심스러워 여러 가지 방비를 해야 한다면 그 사람과는 처음부터 거래하면 안 된다. 상대방이 약속을 어길까 두려워 신경 쓰인다면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 사회는 못 바꿔도 자기 주변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신뢰는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신뢰감이 떨어지는 상대가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역량과 자산을 가지고 있던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당장 손해 입지 않아도 언젠간 어떤 식으로든 꼭 해를 끼칠 것이다.

난 동료들이 해오는 작업물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는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김으로써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 너무 크다.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서 잘한다는 믿음이 있으니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이 생긴다. 만약 실력이나 인품 등에 자질이 부족한 동료를 옆에 뒀다면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챙기느라 에너지를 낭비했을 것이다. 말 한마디만 해도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면 그것만큼 리더로서 즐거운 일이 있을까? 이 모든 건 오직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을 옆에 뒀을 때 가능한 일이다.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재정비해 보자. 신뢰 비용을 높이는 대상이 뭔지 찾아내 적극적으로 제거하자. 그게 사람이든 규칙이든 상관없다. 리더라면 신뢰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기 팀원 중 하나가 실력은 좋은데 약속을 잘 어겨 고민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내가 해줬던 말이 있다. “못 믿을 거면 사람을 왜 써?”